대승불교 보살계의 전통과 전개를 깊이 있게 조명한 연구서 『범망경 보살계의 흐름』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범망경의 현존하는 주석서로서 가장 오래된 천태 지의의 『보살계의소』, 원효의 『보살계지범요기』와 『범망경보살계본사기』, 법장의 『범망경보살계본소』, 태현의 『범망경고적기』 등 범망경 주석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요 문헌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저자는 각 주석서들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여 우리말로 풀어서 내용을 일러 주고, 저자의 설명과 서술을 부가하면서 범망경 주석사를 고찰하고 있다.
각 주석서는 동일한 경전과 계법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성립한 시대적 배경과 사상적 지평에 따라 조금씩 다른 해석의 결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러한 차이를 단순 비교에 그치지 않고, 각 주석이 형성된 불교사적 맥락과 교학적 의미 속에서 입체적으로 읽어 낸다.
책은 모두 4장과 부론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에서는 지의의 『보살계의소』를 검토하고, 제2장에서는 원효와의 비교를 통해 원효의 주석서에 나타난 지의의 영향을 검토하였다.
제3장에서는 원효와 법장의 주석서를 비교하고, 제4장에서는 태현의 『범망경고적기』를 중심으로 원효와 법장으로부터의 영향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부론 ‘지의・원효・법장・태현의 『범망경』 십중계 해석의 비교’를 통해 『범망경』의 십중계(十重戒)에 관한 주석을 비교하여 상이점과 유사점을 파악하였다.
보살계가 어떻게 변천·전개되며 전승되어 왔는지를 자세하게 일러 주고 있다.
그 결과 독자는 『범망경』 보살계가 단일한 형식으로 고정된 규범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의미가 조정되고 실천의 방향이 새롭게 부여되어 온 대승불교 윤리의 살아 있는 흐름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범망경』 주석사의 계보를 정리하는 학술적 성과일 뿐 아니라, 보살계라는 전통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유되고 전승되어 왔는가를 묻는 깊이 있는 사상사적 탐구라 할 만하다.
『범망경 보살계의 흐름』은 『범망경』 주석사 연구의 중요한 성과를 집약한 학술서로서, 불교사상사와 계율사, 동아시아 불교 전통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뜻깊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동시에 보살계의 본래 의미와 그 역사적 전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수행자와 불교 독자들에게도 넓은 사유의 지평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새롭게 이해될 때 비로소 살아난다.
『범망경 보살계의 흐름』은 보살계의 오래된 전통을 더듬어 올라가면서도, 그 가르침이 오늘의 현실과 일상 속에서 어떠한 울림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대승불교의 핵심 윤리인 보살계의 깊이와 흐름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학문적 안내서이자 실천적 사유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